[이슈] 정유업계 자구책 찾아야 할 때

다각적인 모색 필요하지만 지속가능성 기준도 마련되어야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2-01-05 09:3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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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여러 나라에서 탄소중립이 요구되고 있으며 현재까지의 탄소중립 규모는 2050 목표에 다다르기에는 아직은 부족한 실정이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청정 및 효율성이 높은 에너지 기술의 즉각적인 활용과 상용화 이전 단계 기술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정유업계의 변신은 시대적 대세인 것이다. 본지는 정유업계가 이같은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신기술 개발 현황에 대해 알아봤다.

 

화석연료 더이상 설자리 없어

이제까지 주로 사용돼왔던 화석연료 에너지원은 에너지 수급, 환경오염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하지만 그간 지속적인 수요 증가와 석유공급의 독점에 따라 수급 불균형은 더욱 심화됐으며 화석연료의 폐해도 심각해졌다. 이에 따라 각국은 대체 에너지원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데 특히 1970년대 두 차례의 석유 파동을 겪은 선진국가들을 중심으로 재생가능한 에너지원을 찾는 노력이 더욱 컸다. 이는 수력을 비롯해 태양열, 조력, 풍력, 파력, 지열 등을 들 수 있으며 그밖에 자연계에 존재하고 지속 생산이 가능한 생물체 및 관련 부산물을 이용한 바이오연료에 대한 다양한 연구개발이 이루어져왔다. 

▲출처 = GS칼텍스 

바이오 연료는 자연계에 있는 바이오매스로부터 만들어지는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을 말한다. 즉 동물, 식물, 미생물 등 생물체의 유기물을 총망라한 것으로 각종 부산물인 폐기물, 음식물쓰레기, 바이오 연료 생산을 목적으로 재배된 작물 등 다양한 것을 들 수 있다. 바이오매스는 물리, 화학, 생물학적 기술들이 적용돼 고체, 액체, 기체 상태의 바이오연료로 전환될 수 있다.

 

IEA(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유럽과 미국의 정유사들은 연료 수요 감소로 인해 사업장을 폐쇄할 위협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때문에 일부 정유사들은 바이오 연료 개발과 생산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3년째 지속되고 있는 COVID-19 팬데믹은 전 세계 수요에 큰 타격을 주었으며 2030년까지 현재 오일 정제 능력의 약 14%가 사용 율이 미미하거나 아예 문을 닫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혀 큰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정유소를 폐쇄하는 일은 많은 비용이 예상되기에 일부 소유주들은 식물성 기름과 폐유를 가공함으로써 더욱 깨끗한 바이오연료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BP, 토탈, Eni, 로얄더치셸, 렙솔과 같은 거대 석유회사들은 각각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는데 이는 기후위기에 따른 탈탄소화에 대한 국제기구의 압력과 전 세계 청정에너지 수요에 발맞추겠다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이들 회사는 최근 몇달 동안 2030년까지 바이오 연료 생산량을 늘리는 한편 글로벌 정유 발자국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유럽의 바이오 연료 생산 능력은 현재 연간 300만 톤에서 향후 약 800만 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를 위해 렙솔은 저탄소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할당을 약 11억 3000만 달러로 증가시켰으며 2025년까지 신재생 전력 생산의 60‘%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의 정유사들도 각각 연간 지출액을 점차 늘려가는 추세에 있다. 

 

바이오매스의 원료 어디서 추출?

석유가스업계는 그 외에도 코로나 사태로 인한 예산을 감축하면서 구조조정을 겪어야 했으며 이는 인력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2028년까지 미국의 재생 가능한 디젤 및 바이오디젤 산업은 콩기름, 카놀라유, 폐식용유, 그리스 등을 포함한 거의 300억 파운드의 공급 원료가 필요할 것이라고 관계자는 전망했다.

 

미국 중서부 지역의 정유 공장에서 원유 및 기타 원료를 정제해서 판매하는 석유정제업체인 마라톤페트롤리엄과 엑손모빌을 포함한 정유사들은 청정 연료에 대한 정부의 장려책에 대응하여 제품 믹스를 통해 "재생 디젤"을 추진하고 있다. 원료는 보통 식물이나 동물성 지방으로부터 추출한 식용유가 쓰인다. 

 

그러나 최근 기록적인 식용유 가격 대응에 식품업체들이 경각심을 갖고 있다. 정유회사들의 발표와 분석에 따르면 에너지 부문은 식물성 기름 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미국 크리스피도넛 등 요식업계는 지난달 가격을 인상하면서 "특히 식용유로 인한 상당한 상품 가격 압박"을 언급했으며 이는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캘리포니아 등 주의 연방정책과 저탄소 연료 의무화가 재생 디젤 생산능력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견인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예의 주시하고 있지만 미국의 농업 부문이 무역전쟁과 이상기후로 수년 동안의 혼란에서 이제 겨우 벗어났다며 재생가능한 연료 표준을 낮추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올해 미국에서 바이오 연료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콩기름의 양은 총 115억파운드(lbs)로 2019년보다 3분의 1이 증가하며 콩기름 소비량의 45% 이상이 될 것으로 미 농무부는 추산했다.

 

이같은 현상은 국내에서도 일어나고 있는데 최근 음식점에서 사용되는 식용유 가격이 대폭 오르게 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대두 수입에 차질을 빚은 데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콩기름이 바이오디젤의 원료로 환영받으면서 수요가 대폭 늘어난 탓이다. 그에 따라 수도권에서 수거되는 폐식용유 가격도 1만7000원에서 2만원까지 인상됐다.

 

아직까지는 바이오디젤 원료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최근 사단법인 기후솔루션,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도 바이오 디젤과 바이오 중유의 국내외 정책 현황을 분석한 결과인 ‘착한 기름은 없다, 한국 바이오연료 정책 현황과 개선과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환경과 사회적 영향을 고려한 바이오연료 재생에너지 인정 기준을 도입하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바이오 에너지가 연소 과정에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원료인 식물이 성장하면서 대기 중에서 흡수한 것을 다시 내놓는 것이란 점에서 배출량으로 잡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원료인 식물 재배 과정에서의 환경 파괴 등이 부각되면서 해외에서는 지속가능성을 적극 고려하는 정책 변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그런 실정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EU와 미국은 바이오연료를 재생에너지원으로 인정하기 위한 기준을 수립했다. EU는 ‘지속가능성 기준’, 미국은 ‘화석연료 대비 온실가스 감축 최저 기준치’를 충족한 바이오연료만 재생에너지로 인정하고 있다. 

▲GS칼텍스를 비롯한 국내 바이오, 화학 기업 10개사가 참여한 화이트바이오 연대협력 협의체 발족식(제공=GS칼텍스)

2020년을 기준으로 국내 바이오 연료의 원료의 75% 이상이 해외에서 수입된 것으로 나타났고, 그 대부분이 이산화탄소 흡수·저장 능력이 뛰어난 열대의 산림과 이탄지를 훼손해 조성한 경작지에서 얻어지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바이오에너지협회 자료를 보면, 2020년 국내 바이오 중유 원료의 53%는 수입 팜유로 조달됐다. 바이오 디젤 원료 가운데 팜유와 팜 부산물은 63.5%를 차지했다. 반면 바이오 디젤 원료에서 국내산 폐식용유의 비중은 2009년 27.3%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 지난해 22.8%까지 떨어졌다. 따라서 관계자는 “팜유 사용은 건전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막고 있다. 팜유 기반 바이오디젤을 경유차나 발전소에 사용하는 일은 결국 그린워싱 행위이며 태양광이나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로 대체해야 한다”고 말한다. 

 

향후 10년이 가장 중요

2050 탄소중립 달성 경로를 벗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모든 청정 고효율 에너지 기술의 즉각적이고 대대적인 활용이 필요하다고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수소연료전지 사업 진출하는 현대오일뱅크

(사진=현대오일뱅크 홈페이지)

IEA에 따르면 2030년 세계경제가 현 수준보다 40% 성장하지만 에너지 사용량은 7% 감소하는 것을 가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연평균 4% 정도의 에너지 집약도 개선이 되도록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아울러 CO2 외에도 화석연료 공급으로 인한 메탄 배출은 향후 10년간 75% 감소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가능한 한 모든 온실가스 저감 조치와 기술을 이용해야 한다.

 

2030년까지는 배출량 감축의 대부분이 현재 가용한 기술로 달성 가능하지만 2050년 배출량 감축의 절반 가량은 현재 시점에서 실증 또는 프로토타입 단계 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특히 중공업 및 장거리 운송 부문의 경우 미성숙 기술에 의한 배출량 감축 기여도 훨씬 높은 것으로 보인다. 

 

첨단 배터리, 수소 전해조, 직접 공기포집 저장 기술 등의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한데 IEA측에 따르면 이 세가지 기술은 2020년부터 2050년 사이 CO2 배출량 감소에 가장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향후 10년간 이러한 미성숙 기술의 연구개발, 실증, 보급은 관련 대규모 인프라의 구축과 함께 추진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포집된 CO2의 수송을 위한 신규 파이프라인, 항구 및 공업지대 간 수소 수송시스템 등에 포함된다.

 

특히 석유와 천연가스 공급은 점차 더욱 소규모화된 저비용 생산자에 집중하게 되는데 석유의 경우, 세계 석유 공급에서 OPEC 측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공급 비중은 현재 37%에서 금세기 중반에는 역사상 가장 높은 비중인 50% 정도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반면 IEA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석유 수요 급감의 시기는 더욱 당겨지고, 석유산업의 위기는 빠르게 도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밖에 석유 및 천연가스 생산국이 해당 연료를 통해 거두어들이는 연간 1인당 소득은 최근 몇 년간의 1800달러에서 75% 감소하면서 2030년에는 450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사회적인 측면에서 도미노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들 국가들은 석유 및 가스 수출 감소를 어느 정도 벌충하기 위해 구조적 개혁 및 신규 수입원 발굴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석유 및 천연가스 산업계가 보유한 전문성은 배출량 감축이 가장 어려운 부문에서 필요로 하는 수소, 탄소 포집, 활용 저장, 풍력에너지 등의 기술과 잘 부합될 수 있다.

▲클린에너지(사진=현대오일뱅크 홈페이지)

이렇듯 에너지전환을 이루기 위해 핵심 광물자원이 상당량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해당 분야의 높은 성장 가능성과 더불어 에너지안보 문제가 새롭게 부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IEA측에 따르면 탄소제로 경로에서 구리, 코발트, 망간, 각종 희토류 등 핵심 광물 자원의 전체 시장 규모는 2020년에서 2030년 사이 7배 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광물로부터 얻는 수익은 2030년이 되기 훨씬 전에 석탄 수입을 능가하게 될 것이다.

 

이는 관련 업계에 상당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나, 공급이 급증하는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면 가격 불안정성, 전환을 위한 추가 비용 등의 새로운 에너지안보 문제도 떠오르게 된다. 결국 이는 재생에너지전력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지고 석유와 천연가스의 역할이 점차 감소하는 정책으로 바뀌고 있다. 

 

또한 전력안보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변동성 문제와 사이버공격 위험이 잠재적인 취약점으로 부상하고 있으므로, 정부는 전력 공급의 신뢰성 및 적정성을 달성하고 유연성을 제공하는 배터리, 디지털 솔루션, 전력망 등에 투자할 수 있는 시장을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에 발맞춰 국내 석유업계도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오일뱅크는 친환경 사업 투자에 나서고 있는데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유사업 비중을 축소하고 친환경 사업 비중을 확대한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현대오일뱅크는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화이트 바이오 △정유 부산물을 활용한 친환경 화학소재 △정유공장의 수소 제조 설비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포집해 재활용하는 블루수소 등 3대 친환경 미래사업에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GS칼텍스도 생산 시설에 대한 에너지 효율화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여수공장 생산시설 가동을 위한 연료인 저유황 중유를 공정 개선작업을 통해 액화천연가스(LNG)로 전량 대체했다. LNG는 동일한 열량에도 저유황 중유보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다고 GS칼텍스 측은 밝혔다. 또한  폐플라스틱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진 친환경 복합수지 생산량이 전체 복합수지 생산량의 10%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 최초로 친환경 열분해유를 정유와 석유화학 공정에 투입해 재활용율을 최대한 높였다.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도 강화하지만 기존 정유사업은 점차 축소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정유업계는 향후 저탄소 경제로의 이행에 대비해 종합 에너지 화학 기업으로서 친환경에너지, 부생수소 사업화, 제품다각화, 신재생에너지 사업화 등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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