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숙 기후변화센터 이사장 “그린뉴딜과 2050 탄소중립으로 지속가능한 우리 미래”

범사전치(凡事專治)면 즉무불성(則無不成)
김명화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1-02-01 10:5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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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숙 기후변화센터 이사장

 

[이미디어= 김명화 기자] 2021년은 신기후체제가 시작되는 원년이다. 교토의정서를 보완하는 파리기후협정이 발효되었고,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목표로 기후위기 대응에 나선 시점에 유영숙 기후변화센터 이사장을 만났다.

환경문제, 현장에 답 있다
유 이사장의 첫마디는 온 국민이 모두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야 지속가능한 미래를 맞을 수 있다는 단언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경기 침체, 기후변화로 다중 위기를 겪는 지금.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가 이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그린뉴딜과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매우 도전적인 목표다. 각계의 지지가 필요하고, 특히 산업계의 선제적 참여가 절실하다.” 


지난해 1월 기후변화센터 제5대 이사장으로 취임해 꼭 1년이 됐다. 취임사에서 그는 논어의 한 구절인 ‘임사이구 호모이성(臨事而懼 好謨而成)’을 인용하며 ‘어려운 시기에 중요한 일에 임하며 두려움을 알고 동시에 엄중한 마음으로 신중하고 치밀하게 지혜를 모아 기후변화 대응 성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최근 근황을 묻자, “2050년 지속 가능한 우리의 미래를 만드는 오피니언 리더들의 네트워킹을 확대하고, MZ세대의 기후변화 인식제고 및 환경 감수성을 일깨우는 소통 플랫폼 ‘클리마투스 컬리지’에서 토론과 포럼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유 이사장은 1990년부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오랫동안 재직한 과학자다. 환경문제에 깊숙하게 관여하기 시작한 것은 2011년에 제14대 환경부 장관을 역임하면서부터다. 장관 시절 그는 “환경문제는 국민과 특히 미래 후손들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현장의 의견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고집했다”면서 환경정책 입안에 현장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산업계, 선제적 참여 절실
다양한 환경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문제파악이 우선돼야 하고, 현장의 지역 주민, 기업, 기관들의 내·외부 협조가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환경부 소속의 각 유역청과 지방청의 업무보고를 중요시해왔다는 유 이사장은 환경 업무에 임할 때마다 그가 모토로 삼는 말은 ‘부모의 심장과 과학자의 두뇌’다. 매사 자식을 위해 생각하고 행동하는 헌신적인 부모의 심장을 갖되, 자칫 맹목적인 감성에 치우칠 수 있으니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과학자의 두뇌로 균형감각을 유지하고 환경 업무에 임하자는, 스스로에 대한 다짐 같은 것이라고 했다.

 

특히 유 이사장은 MB정부 때 환경부 장관으로서 ‘저탄소 녹색성장’으로 기후변화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탄소배출권거래제 시행을 이끌어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현재 전 세계 화두로 떠오른 온실가스 감축의 시급성을 누구보다 먼저 외쳤던 그다. “온실가스를 줄이려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고탄소 산업구조의 혁신과 순환경제 활성화를 통해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힘주어 말했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국내 온실가스 총배출량(2019년 잠정치)이 7억 톤이 넘고, 흡수량은 4,500만 톤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그 차이가 매우 크다. 일각에서는 2050년 탄소중립 전략에 대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서는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을 통해 장기 비전과 국가 전략을 제시하고 나아가는 만큼, 어려운 목표라고 간과할 게 아니라 LEDS와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기후변화 대응 기본계획,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 등 관련 정책 간 정합성을 바탕으로 각 부문에서 절실한 노력을 경주해야 할 때”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장기적 계획 아래 과학기술기반의 실행안 병행돼야

그중에서도 탄소중립을 향한 가장 중요한 과제로 에너지 전환을 꼽았다. 특히 저탄소, 친환경 에너지 중심으로의 산업구조 전환을 서둘러서 경제성장과 온실가스 배출량 탈동조화의 '녹색성장'을 이루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도 "산업구조의 전환은 짧은 기간 내에 이룰 수 없다"며 "중, 장기적으로 치밀한 계획과 단기, 중기적으로 구체적 실행 방안이 병행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구체적 실행 방안에 대해서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실행방안이 요구된다"며 에너지 효율 개선, 신재생에너지 확산, 탄소 포집 및 저장이나 재활용 기술, 산림 분야 기술 개발을 꼽았다.


국제 에너지 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가 작년 11월 26일 발간한 ‘한국 에너지정책 국가보고서’(2018년)에 따르면, 국내 재생에너지의 에너지 공급량 비중이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1차 에너지 공급량의 85%를 화석연료가 차지하고 있으며,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1차 에너지 공급량의 84%(2018년 기준)에 달한다.


이에 대해 유 이사장은 “많은 양의 1차 에너지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대체가 되어야 탄소중립이 가능하다. 이때 ‘과연 현재 가동되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소와 원전을 모두 재생에너지로 대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필요하다”며, “석탄화력발전소와 같이 온실가스 다배출 에너지원은 점진적으로 축소하되, 재생에너지와 원전과 같은 온실가스 저배출 에너지원은 적정 믹스하여 안정적인 에너지 전환으로 가야 할 것”을 조언했다.

 

그러면서 국내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 및 자체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도록 K-RE100(한국형RE100)과 같은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제도와 기반이 더 많이 마련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100은 기업의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글로벌 캠페인으로, 현재 전 세계 280개 이상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최근 SK그룹 6개사가 RE100에 가입했다. 사용 가능한 에너지원은 태양광, 풍력, 수력, 해양에너지, 지열에너지, 바이오에너지이며, 이는 글로벌 RE100 캠페인 기준과 동일하다.

탄소배출권거래제도 안착하려면
유 이사장은 “몇 년 전부터 글로벌 기업들이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 캠페인에 동참‧선언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supply chain에 속하는 국내 기업에게도 RE100 캠페인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며, “현재 글로벌 RE100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는 전 세계 총 284개 기업 중 국내 기업은 SK 그룹사 6곳밖에 없지만 곧 더 많은 기업이 글로벌 RE100에 동참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글로벌 RE100 가입 조건(100GWh/년 이상 전력 소비 기업)에 해당하지 않는 기업들도 우리나라 정부가 새롭게 발표한 K-RE100 동참을 선언하고 준비한다면 이는 곧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시장 활성화와 나아가 재생에너지 이행계획 달성,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으로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이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K-RE100에 동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시행 6년차가 된 탄소배출권거래제도의 안착이 어려운 상황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탄소배출권거래제의 경우 정책 변화와 정부의 시장 개입으로 인해 온전히 시장 경제 원리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고 하기는 어려운 것이 실정”이라며, “국내에서는 몇몇 선두 기업들에 의해 시장이 꿈틀대는 단계여서 시장경제원리 하에 운영되어야 한다는 과제부터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자연스럽게 배출권 가격이 상승하거나 하락하기도 하고, 가격이 상승한다고 해서 정책 개입으로 가격을 하락시키기보다는 참여기업 스스로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유럽의 경우 30여 개 국가가 탄소배출권거래제를 운영 중이다. 1990년부터 2012년까지 EU의 탄소배출량은 약 19%가 감소한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European Environment Agency, 2014). 이 중 핀란드와 영국, 독일 등의 국가에서는 탄소세도 함께 시행 중이며, 스웨덴은 1991년 탄소세를 도입하여 2017년까지 경제성장을 이뤄내며 온실가스 배출량 또한 26% 감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의 환경데이터 공개는 글로벌 트렌드
최근 기후변화 시장은 RE100을 포함하는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경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금융시장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위기인 동시에 기회가 되고 있다. 확대되는 환경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에 대해 유 이사장은 “지속가능한 경영체제에 대한 비전이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 마련의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환경데이터 공개가 의무 공시 사항이 아니어서 이런 글로벌 흐름에 뒤처지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일례를 들어 설명했다. “(재)기후변화센터에서 후즈굿과 함께 개발한 환경데이터플랫폼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상장 500대 기업 중 단 17.8%에 해당하는 89개 기업만이 5대 환경데이터를 공개하고 있다”면서 “이 중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 동안 5개의 환경데이터를 모두 공개한 기업은 불과 65개뿐이다”고 아쉬워했다.


인터뷰 말미에는 “‘범사전치(凡事專治)면 즉무불성(則無不成)이라’. 세종실록(재위 12년 9월 11일자)에 나오는 세종 어록인데, 본(本)으로 삼고 좋아하는 말”이라며, ‘무슨 일이든지 온 마음을 다하여 다스린다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없다’는 의미로, 어려운 일이 닥칠 때마다 되새기는 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 이사장은 기후변화 대응과 생물다양성 보전 등이 맞물려 국민이 모두 보편적 환경복지를 누릴 수 있게 우리부터 솔선수범하자는 당부를 건넸다.


한편, 기후변화센터는 2008년 국내 최초의 비영리민간 기후변화 대응 기구로 설립돼 정부·기업·학계·시민사회를 연결하는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네트워크의 구심점으로써 각 부문 간의 실질적 연대를 통해 기후변화 대응역량을 제고하며 저탄소 사회를 구현하는 데 주력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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