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

수돗물 파동, 국내 고도정수시설 도입 이어져
온라인팀 | eco@ecomedia.co.kr | 입력 2014-03-10 11: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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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은 한국환경한림원 회장
낙동강 사태, 국내 고도정수시설 도입 계기

 

 

낙동강 암모니아(?) 유출 사태 등 연이은 수돗물 파동은 고도정수시설 도입의 계기가 됐다.

 

낙동강의 냄새를 잡기 위해 사용한 Breakpoint Chlorination법은 임시방편이어서, 장기적인 방안으로 광역상수도를 확대하고 낙동강 수계와 같이 광역상수도 보급이 어려운 지역에는 고도정수시설 도입을 제안했다.

 

당시 나는 G-7환경공학기술개발사업의 한 대형 연구사업인 고도정수기술개발사업의 총괄책임자로 일하고 있었는데 2000년까지 기술개발을 완료한다는 목표로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국무총리실에서 연락이 와 2월 중순 국무총리가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민들을 안심시킬 계획인데, 그 자리에서 고도정수시설을 도입하여 수돗물 수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즉, 기술개발 완료 시기를 앞당겨달라는 것인데 애초부터 10년 계획으로 수행되고 있는 연구과제이기 때문에 일단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요청에 못 이겨 그 동안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1995년 중순까지 우리나라 수계별로 적합한 고도정수 공정을 제안하겠다고 했다.

 

그리하여 2월 열린 국무총리의 대국민 담화에 다음 해 6월까지 수계별로 적합한 고도정수공정이 제시될 수 있도록 연구 계획을 앞당겼고, 정부는 제시된 공정들을 적용하여 고도정수공정을 조기에 도입하겠다는 내용이 밝혔다.

 

또한 고도정수시설 건설비용에 대해 50%를 국고에서 지원하겠다고 밝혀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에 고도정수시설이 조기에 도입되는 계기가 되었다.

 

부산 정수장 파동을 계기로 고도정수시설이 도입되게 됐지만 당초 계획을 앞당겨 결정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준비가 미비한 상태여서 두 가지 조치를 취했다.

 

한 가지는 나를 포함, 건설부 상하수국장, 환경처 수질보전국장 및 경제기획원 예산총괄국장 등 4인을 위원으로 하는 위원회를 설치해, 지방도시에서 신청한 고도정수시설 설치 공정을 검토해 고도정수기술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고 국고지원 50% 대상여부를 결정하도록 한 것이다.

 

다른 한 가지는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고도정수시설을 설치하고자 하는 지역에 적합한 고도정수 공정을 선정하도록 한 것인데 나는 자문위원장으로 모든 지역의 고도정수공정 선정을 주도하였다.

 

△ 낙동강 오염 등 연이은 수돗물 파동은 국내의 고도정수 시스템의 도입과 환경부의 승격으로 이어졌다. (사진제공 한국수자원공사)

 

 

국내의 고도정수 공정 도입에 선진국들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유는 우리나라 정수장의 규모가 대부분 대규모여서 오존처리와 활성탄흡착여과 시설 등 고도정수 공정을 도입하기로 했다는 것은 미국 프랑스 영국 등 선진국의 물 기업들에게는 대형 시장이 생긴 호재였기 때문이다.

 

당시 국내 기업들은 고도정수시설을 설계하고 시공한 경험이 없어 고도정수 시설 설치 공사에 대해 대형 오존처리시설이나 활성탄여과시설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설계 및 시공경험이 있는 외국기업과 기술제휴를 맺은 업체들에게만 입찰 자격을 부여했다.

 

이에 국내 굴지의 건설 회사들은 외국과의 기술제휴를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그러던 중 하루는 국내 대형건설회사의 임원이었던 친구가 미국에서 전화를 해왔다.

 

미국의 회사와 고도정수기술 협력에 관해 상담을 하고 있는데 상대방에서 오존+활성탄에 의해 제거하려는 물질이 무엇인가를 질문하는데 대답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고도정수공정도입은 결정됐으나 정작 제거 대상 물질에 대한 명확한 규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도정수기술도입을 결정했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외국 기업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망신을 당했던 것이다.

 

그 후 각 수계에 적합한 고도정수공정을 제안할 때 수계별로 주 제거대상 물질을 우선 선정한 후 적합 공정을 제안했다.

 

고도정수시설의 건설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기에 암모니아성 질소농도가 높은 정수장에는 우선 Breakpoint Chlorination을 적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도록 했다.

 

보고서를 제출한 후 환경처 장관으로부터 대책을 설명해 달라는 연락이 와 관계공무원이 배석한 가운데 Breakpoint Chlorination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또한 외국에서 과다 투여된 염소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암모니아와 반응시키는 Breakpoint Chlorination을 적용한 외국사례들은 있지만 문제가 별로 되지 않는 암모니아를 제거하기 위해 염소를 사용한 사례는 없다는 점과 함께 Breakpoint Chlorination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이미 잘 알려진 오래된 기술이라는 점도 설명했다.

 

그런데 얼마 후 장관으로부터 다시 만나자는 연락이 와 갔더니 장관이 그 사이에 유럽에 다녀와 우리나라에서는 Breakpoint Chlorination에 의해 암모니아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자랑(?)했다고 한다.

 

그러나 불란서 측은 Breakpoint Chlorination은 불란서에서도 적용하고 있는 오래된 기술이라고 대답하여 무안했다고 했다.

 

그래서 전에 보고할 때 Breakpoint Chlorination은 신기술이 아니고 누구나 아는 오래된 기술이라고 분명히 말씀드리지 않았냐고 대답했던 에피소드도 있다.

 

당시 장관은 법학을 전공한 분이어서 전문적인 내용에 대해 이해가 힘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1994년 부산 정수장 악취발생파동은 정부 조직에도 큰 변화를 주었다.

 

우선 환경처가 이듬해인 1995년 1월부터 환경부로 승격됐고, 상하수도 업무를 건설부로부터 환경부로 이관하면서 건설부 상하수국도 환경부 상하수국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상하수도 업무가 환경부로 이관됐지만 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광역상수도는 여전히 건설부 업무로 남아 있는 이중 구조는 아직도 해결이 안 되고 있다.

 

상하수국이 환경부로 넘어갈 때 관련 공무원들도 건설부로에서 환경부로 자리를 옮겼는데 장기간 상하수도 업무를 담당했던 공무원들은 대부분 건설부에 남기를 희망해 국장을 제외하고는 상하수도 업무를 별로 다루지 않았던 공무원들이 환경부로 자리를 옮겨가게 되어 다소 아쉬웠다.

 

낙동강 정수장 악취사건과 관련하여 빠뜨릴 수 없는 일화 중의 하나는 안동댐, 임하댐, 합천댐 등 3개 다목적 댐의 수문개방이다.

 

수돗물 악취 문제가 지속되자 부산 등 지자체에서는 상류의 다목적댐 수문을 개방해 수질을 개선하자는 요청을 했다.

 

건설부나 수자원공사는 그 물은 봄 철 물 수요에 대비하여 저수해놓은 물이라 방류할 수 없다고 버텼지만, 워낙 문제가 커지자 어쩔 수 없이 저수지 물을 방류하도록 결정했다.

 

그 결과 1월초 갈수기인데도 낙동강에는 많은 물이 흘렀고 국회의원들이 현장을 찾았을 때도 깨끗한 물이 철철 흐르고 악취문제는 전혀 없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저수지 물을 방류한 탓에 그해 봄 극심한 물 부족사태를 겪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바이러스 논란과 신뢰성 회복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는 수돗물 바이러스 논쟁이 이어졌다.

 

이 논쟁에는 과정이나 해결에 깊이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세히 언급할 입장이 아니지만 몇 가지만 얘기하고자 한다.

 

바이러스 논쟁을 가져온 장본인인 서울대학교 K교수는 당시 내가 총괄책임자였던 고도정수기술개발사업 중 급 배수관에서의 문제점 즉 수돗물의 2차 오염에 관한 연구과제의 연구책임자로 있었다.

 

어느 날 K교수가 전화를 해 수돗물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고 하면서 이 물을 마셔야하는 시민들의 건강이 걱정된다고 얘기했다.

 

그 얘기를 듣고 그것은 중요한 결과이고 검증이 필요할 것 같으니 관련 학회에 결과를 발표하는 것이 좋겠다고 권했다.

 

그랬더니 K교수는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존재한다는 것은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중요한 결과이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빨리 알려야 할 내용이라고 판단해 이미 각 언론사에 자료를 보냈다고 했다.

 

그리하여 그날 저녁 TV 방송의 9시 뉴스에 주요 뉴스로 보도가 나갔고 그것이 기나 긴 수돗물 바이러스 논쟁의 시작이 됐다.

 

최근 인터넷에 정리된 자료에 의하면 K 교수가 1997년 10월 서울, 인천 지역 11곳의 수돗물을 분석한 결과, 장내 바이러스인 엔테로바이러스가 1000ℓ당 2 ~ 10 마리가 검출됐다고 생물과학협회 학술대회에 보고하면서 논쟁이 시작되었다고 되어 있으나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

 

당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 K교수가 학회에 발표하기에 앞서 언론에 제공한 것도 아쉽지만 이 보도를 접한 서울시의 대응도 상당히 미숙했었다고 본다.

 

서울시는 K교수가 분석에 사용한 방법이 미국 환경청(EPA)에서 규정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었는데 이 같은 반박을 그 분야를 평생 전공한 교수가 받아드릴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또한 시민들은 어떤 방법으로 분석을 하던 바이러스 같은 해로운 미생물이 검출되지 않기를 원하기 때문에 시민들의 공감대를 얻기도 어려웠다.

 

오히려 방법에 따라 검출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K교수와 공동으로 수돗물을 분석하여 그 결과를 발표하고 존재할 수도 있는 바이러스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같이 노력하는 것이 더 성숙된 자세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여러 회에 걸쳐 1989년 이후 발생했던 수돗물 오염 파동에 관해 실제로 겪었던 사실들에 대해 정리해봤다.

 

우리가 매일 2L 정도씩 마셔야 하는 수돗물은 어느 경우에도 건강에 해가 없어야 하기에 수돗물의 오염은 파급 효과가 크며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게 된다.

 

또한 오염이 잘못 해석되어 과장되어 알려질 경우 시민들은 막연한 불안에 싸여 이후 안전하다고 설득해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앞으로 수돗물 오염과 같은 후진국 형 환경사고는 발생하지 말아야 하겠지만 발생하더라도 전문가들의 신속한 분석에 의해 그 위해성이 시민들에게 정확하게 알려져야 하고, 수도사업자는 문제의 원인과 영향 그리고 해결을 위해 취하는 조치를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소비자들에게 상세히 알림으로서 시민들의 신뢰를 얻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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