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서울의 환경용량, 집 더 지어도 버틸 수 있을까?

글 i 이창석 교수_서울여대 생명환경공학과
김명화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1-02-15 13:3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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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휴 기간 미세먼지가 서울 분지를 가득 채운 모습.

 

설 연휴 기간 내내 서울 분지는 미세먼지로 가득 차 하늘은 온통 뿌옇게 흐렸다(사진1). 먼 산은 고사하고 비좁게 들어선 건너편 아파트도 흐리게 보일 정도였다. 이 뿌연 하늘이 비좁은 공간에 집을 더 짓겠다고 아무 말 대잔치를 벌이고 있는 정치권의 설익은 공약에 대한 경고로 느껴지는 것은 생태학자만의 기우일까?


그릇에는 물건 또는 물질을 담을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고, 자동차, 항공기, 배 등과 같은 탈것에는 정원이 있다. 이따금씩 들려오는 낚싯배나 자동차 전복사고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정원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위험이 뒤따르고 목숨을 잃는 경우도 많다. 우리의 환경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담을 수 있는 용량이 있다.

 

▲ 그림 1. 미국의 카이바브고원에서 포식자 포살에 따른 사슴 개체군의 크기 변화.

 

미국의 카이바브 고원에서 있었던 예를 들어보자(그림1). 늑대, 퓨마, 코요테 같은 포식자들이 사슴을 잡아먹는 모습을 본 주민들이 사슴 보호 요청을 하여 정부가 포수를 동원해 포식자들을 제거했다. 포식자 제거 후 사람들의 예상대로 사슴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슴의 수가 늘어나니 초식동물 사슴의 먹잇감이 부족해지며 그 지역 식생의 질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먹이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한 사슴의 영양 상태가 부실해지며 월동 중 고사하는 개체가 발생하고 굶어 죽는 개체도 발생하며 사슴의 수는 본래의 크기로 돌아왔다. 포식자가 존재할 때의 사슴 수가 이 지역이 사슴을 키울 수 있는 환경용량이었던 것이다.


서울의 집값 상승으로 민심이 흉흉해지니 집을 더 짓겠다는 비책이 나온 모양이다. 서울의 환경용량이 견딜 수 있는 양인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정부가 탄소중립을 강조하고 있으니 탄소를 기준으로 검토해 보자. 

 

약 1,000만 인구가 생활하며 배출하는 서울의 탄소배출량은 약 1,300만 톤이다. 서울에 성립한 숲이 흡수하는 양은 서울의 경계를 벗어나는 주변의 그린벨트 숲까지 포함해도 20만 톤이 채 안 된다. 전체 발생량의 1.5% 정도만 숲이 흡수하고 나머지 98.5%를 대기 중에 남겨두는 것이다. 대기 중에 남겨진 탄소의 수명은 적어도 수십 년에서 수백 년이니 그 양은 계속 쌓여가는 것이다. 다른 대기오염물질도 비율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서울의 환경이 수용할 수 있는 양을 크게 넘어서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한 결과가 환경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의 기온은 주변 자연지역보다 평균 5℃가량 높다. 세계 평균 기온 상승치로 계산하면, 기후변화가 700년가량 앞서가는 것이고, 우리나라 평균치로 계산해도 200년 이상 기후변화의 진행이 앞서가는 것이다. 

 

남은 오염물질이 쌓여 있는 것은 토양이 말해주고 있다. 서울 도심의 토양 pH는 정상치인 5.5보다 2 정도 높다. 수소이온농도로 치면 100배가량 차이가 난다는 의미다. 반면에 서울 외곽의 토양 pH는 정상치와 비교해 1.5가량 낮다. 수소이온농도로는 수십 배 높은 값이다.


그 영향이 숲에서 나타나고 있다. 온대 숲의 전형적인 구조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온대 숲은 큰 키 나무, 중간 키 나무, 작은 키 나무 그리고 풀들이 각각 층을 이루어 4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서울의 숲은 중간 키 나무 층의 식피율이 크게 늘어나며 작은 키 나무와 풀들이 이루는 층에 압력을 가해 그 층이 쇠퇴하며 숲의 구조가 단순해지고 있다. 이러한 결과로 출현하는 식물의 종수도 크게 감소하고 있다. 산림생태계의 다양성이 떨어지며 그 안정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렇게 된 숲은 가뭄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져 매년 봄 가뭄 시 많은 수의 나무들이 죽어나가고 있다. 서울의 숲이 쇠퇴해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 보유하고 있는 숲도 모자라 기온이 빠르게 상승하고 쌓여가는 오염물질이 늘어가고 있는데 그것을 흡수하여 정화해줄 숲이 우리가 변화시킨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이렇게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


서울의 환경용량이 우리 인간을 부양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는 증거다. 당장 우리 인간이 카이바브고원의 사슴들처럼 죽어나가지는 않겠지만, 미세먼지를 비롯한 환경오염, 기후변화가 가져오는 기상재해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지는 환경재난 등 각종 극단현상이 우리 곁에 상존하며 우리 삶을 계속 위협할 것이다. 우리가 만들어 낸 결과지만 그러한 환경스트레스가 우리를 이렇게 옥죄어 오고 있다. 인간을 위한 작은 집들이 그들의 큰 집, 환경의 집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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