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놀 파동과 낙동강 악취 사고

이상은 한국환경한림원 회장
온라인팀 | eco@ecomedia.co.kr | 입력 2014-02-07 15:2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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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은 한국환경한림원 회장

 

1991년 대형 수돗물 사고 페놀 오염

 

소비자들을 가장 불안하게 했던 수돗물 파동은 1991년에 발생한 낙동강 페놀오염사고다.

 

1991년 3월 경북 구미시 두산전자에서 8시간 동안 페놀 원액 약 30톤이 배수구를 통해 낙동강 지류인 옥계천에 누출되면서 시작됐다.

 

오염된 낙동강 물은 16일 대구시 수돗물의 70%를 공급하는 다사 수원지에 유입되어 대구시민들에게 공급됐다.

 

당시 정수장 원수에서의 페놀 농도는 0.25mg/L까지 검출됐다.

 

페놀은 유해 유기물질로 분류되어 수돗물의 경우 0.05mg/L이하로 기준이 정해져 있다.

 

EPA의 Water Quality Criteria에 의하면 수돗물의 페놀기준은 유해성이 나타나는 기준보다 1/1000정도의 낮은 농도로 정해졌다고 돼 있다.

 

페놀이 정수장의 염소와 반응하여 변하는 클로로페놀의 냄새를 감지할 수 있는 최저 농도로 기준을 세움으로서 페놀 유출을 조기에 감지할 수 있도록 정한 것이다.

 

따라서 당시 유출된 페놀 농도는 유해성을 유발하게 되는 농도보다 훨씬 낮은 농도였다.

 

그러나 환경문제는 심미적인 요인을 무시할 수가 없어 이전의 사건보다 상대적으로 유해성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악취로 인한 파급효과는 훨씬 더 컸다.

 

사실 1989년의 카드뮴이나 1990년의 THM은 페놀에 비해 유해성이 높은 물질들이었지만 클로로페놀 악취가 나는 수돗물을 마신 시민들은 유해성에 관계없이 구토·설사·복통을 호소했고 수돗물로 만든 두부·김치·콩나물 등을 폐기 처분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어떻게 보면 페놀오염 파동은 유해물질인 페놀이 유출된 산업재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결과가 수돗물 오염으로 나타나 당시 환경처 장·차관이 경질되는 사태까지 발생하게 됐다.

 

1989년부터 매년 연례행사와 같이 수돗물 파동이 발생하자 노태우대통령이 지상을 통해 KAIST의 C교수로부터 공개 자문을 받는 전무후무한 일까지 벌어졌다.

 

C교수는 여러 가지 대안을 제안했는데 그 중 하나가 환경 분야 조사 및 기술개발 연구를 전담할 정부출연기관이 필요하다는 제안이었다.

 

이후 대통령지시사항으로 환경기술분야 정부출연기관 설립이 추진됐고 이에 의해 환경기술개발원이 설립, 그 후 환경정책·평가연구원으로 확대개편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환경관련 기술 연구개발을 담당할 연구기관의 설립을 추진했으나 국립환경연구원(현 국립환경과학원)과의 업무 중복 문제 등으로 정책 연구에 더 큰 비중을 두는 연구기관이 설립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관 명칭에 ‘기술’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이유는 환경기술연구를 전담할 연구소를 설립하라는 대통령지시사항을 존중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페놀 오염사고는 우리나라 맥주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국내에는 OB맥주를 생산하는 (주)동양맥주와 크라운맥주를 생산하는 (주)조선맥주의 2개 회사가 시장점유율 7대 3정도로 양분 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90년대 초 (주)진로가 CASS맥주 생산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에 대응하여 크라운 맥주에서는 새로 Hite맥주를 시장에 내 놓으면서 지하 300m 청정 지하암반수로 맥주를 제조한다고 홍보했다.

 

후발업체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페놀사고로 오히려 두산그룹인 동양맥주가 생산하는 OB맥주와 비교되면서 지각변동이 일어나 시장점유율이 역전, 아직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낙동강 정수장 악취 발생사고- 암모니아? 유기용매?

 

또 한 차례 발생한 대형 수돗물 오염사고는 1994년 초 부산시 수돗물 악취사건이다.

 

1월 초 부산 덕산정수장에서 공급된 수돗물에서 악취가 발생했는데 악취 원인물질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당시 우리나라 수돗물 규제 항목은 35개 항목이었는데 덕산정수장에서 공급한 수돗물은 암모니아성 질소가 기준인 0.5mg/L를 약간 초과한 0.7mg/L였고 나머지 34개 항목은 기준치 이하였다.

 

누가 먼저 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이를 근거로 수돗물에서 암모니아 냄새가 났다는 보도가 연일 이어졌고 시민들은 암모니아가 원인 물질이라고 믿게 되었다.

 

1월 초 대전에서 개최된 회의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건설부 차관보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상수도과장 등 관계 공무원들과 비밀리에 부산 덕산 정수장에 내려가 원인 규명과 해결책을 마련해달라는 것이었다.

 

보도된 내용에 의하면 같은 원수를 공급받는 부산 화명정수장의 수돗물은 악취문제가 제기되지 않았고 암모니아 0.7mg/L 정도로는 절대 냄새를 감지할 수 없어 다른 물질이 원인물질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렇게 하겠다고 하였다.

 

다음날 아침 일찍 김포공항으로 가 탑승을 기다리는데 공항에 낯익은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알고 보니 같은 비행기로 환경처 장관께서 10명 내외의 기자들과 같이 현장에 내려가는 것이었다.

 

공항에서 만난 기자들은 당연히 내가 장관과 한 팀이 되어 내려가는 것으로 오해했지만 굳이 해명하지 않았다.

 

연이어 발생한 수돗물 파동으로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해 폭발 직전에 이를 정도의 큰 파장을 가져온 사고였기 때문에 그날 환경처 장관 뿐 아니라 당시 실세였던 최형우 내무부장관과 이회창 총리도 현장을 방문했다.

 

그 세분이 한꺼번에 내려온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일정으로 현장을 찾았으니 총리와 두 장관을 맞는 부산시와 현장은 난리가 났었다.

 

그런 상황에서 덕산 정수장 소장의 입장에서 내가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대단히 미안하다고 양해를 구하며 담당자와 함께 현장을 돌아봐 달라고 전한 뒤 세 명의 귀빈들을 맞느라 현장 청소와 정비에 바빴다.

 

그런 와중에 담당자의 안내로 정수장을 둘러본 후 사무실로 돌아와 악취가 발생했다는 수돗물을 담아 놓은 용기를 열어 냄새를 맡아봤다.

 

예상했던 대로 암모니아 냄새는 전혀 없었고 유기용매 냄새가 약간 나는 정도였다.

 

당시 덕산정수장 소장은 화학 학자풍의 화학전공자였는데 매우 성실하여 그 분이 예상치 못한 사태로 고생하는 것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냄새의 원인이 암모니아가 아니고 유기용매라는 의견을 환경처장관께도 말씀 드렸으며 환경처도 원수에 벤젠과 톨루엔이 함유됐다는 것을 확인하고 기자회견에서 악취원인 물질이 암모니아가 아닌 벤젠과 톨루엔이라고 발표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생각은 변하지 않아 그 후에도 암모니아 제거에 대책이 집중됐다.

 

미국의 수돗물 기준에는 암모니아가 포함되어 있지 않고 원수 기준에서 암모니아 농도를 0.5mg/L이하로 규제하고 있다.

 

또한 일반적인 수돗물 pH범위에서는 암모니아에 의한 수돗물의 유해성은 무시할 정도이다.

 

암모니아성 질소는 유해물질이 아닌 심미적 항목에 포함돼야 할 물질이다.

 

그러나 국내 수돗물 암모니아 파동의 파급효과가 엄청났기에 아직도 우리나라 먹는 물 기준에 암모니아가 무기 유해물질의 하나로 포함되어 있다.

 

정부에서는 수자원공사 사장을 위원장으로 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했고 나는 기술위원장으로 대책위원회에 참여하여 2주 이상 낙동강수중보 사무소에 마련된 대책위원회 사무실로 출근을 했었다.

 

악취를 유발한 물질은 암모니아가 아닌 유기용매였음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암모니아가 원인물질이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농도를 낮추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 때 여러 방법들이 검토되었는데 결국 염소를 적당량 투입하여 Breakpoint Chlorination에 의해 암모니아를 제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염소의 과다 사용은 91년 파동의 원인물질인 THM생성 가능성이 있어 시료를 전문기관에 의뢰해 THM 발생여부를 철저히 검증한 후 Breakpoint Chlorination을 사용할 것을 대책위원회의 보고서에서 정식으로 제안하였다.

 

암모니아 제거를 위해 Breakpoint Chlorination을 사용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알려지자 부산시 상수도 공무원 20여명이 단체로 나에게 면담 신청을 했다.

 

담당 공무원들은 나에게 그 정도 암모니아가 수돗물에 있다고 해도 유해성이 없다는 사실을 시민들에게 이해시키지 않고 THM 발생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염소를 사용하느냐고 항의했다.

 

그래서 그들에게 THM발생여부는 사전에 충분히 검토했고 시민들에게 암모니아가 해롭지 않다고 설득하는 것은 내 역할이 아니고 공무원들의 몫이라고 얘기했다.

 

또한 암모니아 농도를 낮출 수 있는 다른 대안을 제시하면 검토하겠다고 하고 돌려보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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