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숙제 방사성폐기물처분장 건설 뒷이야기 (2)

국내 아름다운 비경이 살아 숨쉬고 있어
온라인팀 | eco@ecomedia.co.kr | 입력 2014-05-06 22:30:57
  • 글자크기
  • -
  • +
  • 인쇄

초미세먼지, 기후변화, 자원순환 등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환경야사’를 통해 환경과 관련된 여러 가지 사건들의 뒷이야기를 다루며, 환경분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고취시키고자 한다.

 

이번 호(통권 305호)에서는 지난번에 이어 이상은 한국환경한림원 회장으로부터 방사성폐기물처분장 건설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었다.

 

△ 이상은 한국환경한림원 회장
현장조사 중 우리나라 아름다운 곳 많아 ‘감탄’

 

부지적합성소위원회는 6차에 걸쳐 유치의사가 있는 총 9개 후보지역을 답사했는데 현장조사에는 적합성소위원회 위원 뿐 아니라 다른 위원들도 함께 참여했으며, 본위원회 4회 부지적합성위원회 24회의 현장조사가 진행됐다.

 

1차 현장조사를 통한 잠정평가 후 지질이 불량한 것으로 판단된 경주시 상라리 후보지와 지방의회에서 유치신청이 부결된 울진의 2개 지역, 삼척시 이천리 후보지는 사업추진여건 평가에서 제외됐다.

 

현장조사를 다니면서 우리나라에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특히 삼척시의 후보지는 자동차로는 접근할 수 없는 오지로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다.

 

지리적으로 핵 발전소가 인접한 울진과 가까운 강원도 최남단 오지인 삼척은 사실 과거 반핵운동의 역사가 깊은 지역이다.

 

1982년 1월 당시 동력자원부에서 삼척시 근덕면을 핵발전소 예정지역으로 지정고시 하면서 반핵운동이 시작돼, 각 이장들과 지자체 공무원들의 집단사표와 삼척시민 총궐기 대회, 청와대 상경집회 를 개최하고 그린피스와 연대활동까지 10년이 넘는 반핵운동의 결과로 1998년, 백지화를 이끌어냈다.

 

그 후 주민들은 자신의 힘으로 마을을 지켜낸 뜻을 기려 삼척 ‘원전 백지화 기념비’까지 세워 놓은 지역이다.

 

이러한 경험이 있었지만 이 지역은 지질 조건이 좋아 다시 방폐장 건설 후보지로 거론됐다.

 

후보지가 위치한 삼척시 원덕읍은 인구 6300명 정도의 작은 마을이며 그 중에서도 이천3리는 삼척 최고 오지로 꼽힌다.

 

백두대간의 줄기인 금봉산이 이어지는 해발 800미터 고지고,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이곳의 물이 용암, 임원, 이천으로 흘러가 삼척시민의 젖줄이 된다.

 

반핵운동이 끝난 후 찬성했던 사람들은 마을에서 못살고 떠나는 등 지역 공동체가 혼란에 휩싸였던 과거를 갖고 있는 지역이었다.

 

따라서 방폐장 건설 후보지로 거론된 후 방폐장 유치 찬성측이 전문가 초청 설명회를 개최하는 과정에서 사업의 문제점을 제기한 한 시민단체 간부를 집단폭행하는 일이 발생하며 의회에서 유치신청을 부결한 것이다.

 

이러한 경험 때문인지 현장을 답사하러 갔을 때 아주 곱지 않은 눈으로 보았던 것을 기억한다.

 

어쨌든 이러한 과거를 잘 알지 못하고 있었던 나였지만 이천3리 현장의 아름다운 자연 그대로의 모습에 감탄한 나는 이곳은 절대로 방폐장이 들어설 자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동행했던 위원들과 정부 및 한수원 관계자들에게 만약 삼척시가 이 지역을 후보지로 신청한다면 나는 삼척시장을 고발하겠다는 말까지 했었다.

 

△ 월성원자력환경관리센터내 방문자 센터(사진제공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잠정평가 결과 부적합한 것으로 판단된 지역과 의회부결로 더이상 조사가 필요 없게 된 4개 후보지를 제외하니 경주, 군산, 포항의 각 1개 후보지와 영덕군의 2개 후보지가 남아 5개 후보지에 대한 현장 답사가 다시 이뤄졌다.

 

5개 후보지역은 일부 반대의견이 있었지만 지자체의 유치의지가 모두 강해 방문할 때마다 친절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 중 군산 비응도 현장을 방문했을 때는 모 국가기관의 주재원까지 나와 방폐장을 새만금 사업과 연계해 건설해 전국의 명소를 만들겠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새만금 방조제 건설공사에 소요된 골재는 비응도에서 채취된 것이었다. 방조제 건설에 막대한 양의 골재가 필요했기에 비응도의 절반 가까이가 방조제 건설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방폐장 후보지로 비응도가 검토될 때는 세월이 많이 흘러 골재 채취 때문에 절개된 부분이 녹화돼 자연의 모습을 찾아 별로 흉해 보이지 않아 자연의 회복 능력에 사람의 노력이 가해지면 자연환경 복원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기도 했다.

 

△ 월성원자력환경관리센터의 사일로 크레인

 

경북 ‘신리’ 생태자연도 1등급 천혜의 절경

 

경북 영덕군의 2개 후보지를 방문했을 때 역시 우리나라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었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전체 면적의 80% 이상이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인 신리 지역은 물론이고 상원리 지역도 보는 사람 마음을 포근하게 해 주는 아름다운 지역이었다.

 

인가가 거의 없는 신리 지역과는 달리 상원리에는 인가가 꽤 밀집돼 있었는데 아늑한 분위기 때문에 마치 영화 ‘반지의 제왕’의 호빗 마을과 같이 평화롭다는 느낌을 받았다.

 

유지신청 마감을 앞둔 주말, 경상북도에 내려간 산자부의 담당국장이 전화를 했다. 주말에 영덕에 내려와 군수를 만나고 있는데 영덕 군수는 상원리보다는 인가가 별로 없는 신리를 후보지로 해 유치신청을 하겠다면서 나더러 그것을 받아드릴 수 있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그래서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이 80% 이상인 지역을 후보지로 한다면 환경단체 등 반대하는 측에 빌미를 제공할 뿐 아니라, 우선 내가 그 제안은 절대 받아드릴 수가 없다고 답했다.

 

만약 영덕군이 신리지역을 후보지로 신청한다면 나는 위원회를 탈퇴하고 반대 투쟁에 나서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결국 영덕군수는 신리를 포기하고 상원리를 후보지로 신청 했는데 만약 신리를 후보지로 신청했다면 영덕군이 최종 후보지로 선정될 가능성도 있었다고 본다. (다음에 계속) 

 

이상은 한국환경한림원 회장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헤드라인

섹션별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오늘의 핫 이슈

ECO 뉴스

more

환경신문고

more

HOT포토